간혹 주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의외의 모습에 놀랄 때가 있다. 분명 내가 알던 사람의 행동이 아닌 뜻밖의 모습을 볼 때면 그 사람이 변한 건지, 아니면 원래 저런 사람이었는지 혼동된다.
그렇게 사람 속은 모르는거라며,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속담 같은 옛말을 되뇌곤 하다가도 결국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이 영화...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딸의 낯선 행동을 어느 날 알게 된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못 믿을 사람으로 변해가는 소중한 딸.
그렇게 아버지는 딸을 검색(서치 Searching)하게 된다.
첫번째 키워드 : 서치(Searching)
왜 아버지는 검색을 하는가?
인터넷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정보의 바다다. 넘쳐나는 정보화 시대, 우리는 예전처럼 시시콜콜하게 다 알아야 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궁금하면 그저 검색하면 그만이다.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있다. 우리가 얻고자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손쉽게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인터넷은 접속하는 순간 활동내역, 즉 기록이 남는다. 아버지는 딸의 기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려고 한다.
사실 아버지의 이런 IT에 대한 관심과 활용 능력은 영화 초반부터 나온다. 아주 오랜 시절부터 아버지 역의 존조는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로 담아왔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퇴색되지 않고 변함없이 과거를 현재처럼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인터넷 저장공간의 힘이다. 아버지는 이런 온라인 활동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사람들에게 물어볼 때도 인터넷이나 전화를 활용한다. 발 빠른 대처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은 오프라인 관계망(진실된 관계)이 그만큼 약하다는 것이다.
두번째 키워드 : 소통
딸은 꽤나 소통을 하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도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아빠와 하고 싶었지만 아빠는 딸을 위해 상처를 피했고, 딸은 자신의 상처를 아빠와 교감할 수 없었다. 아빠 대신 찾은 소통 창구는 바로 인터넷. 다양한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고민을 공유한다. 자신도 모르게 딸은 자신의 정보를 인터넷에 흘리고 있었다.
세번째 키워드 : 진실과 거짓
인터넷을 통해 찾아가는 딸의 모습은 전혀 자신의 딸이라고 할 수 없는 행동들 뿐이었다. 아빠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딸과 자신의 딸을 바라보면 이중적인 주변 사람들.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은 사실만을 수반하지 않는다.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와 진짜가 뒤엉켜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냐 라는 물음은 의미가 없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진실이면 어떻고 가짜면 또 어떤가 싶은 공간이니까.
네 번째 키워드 : 가족
형사의 도움으로 범죄자를 잡지만 미심쩍은 아빠는 의혹의 끈을 놓지 않는다. 스포일러 때문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는 두 보호자가 나온다. 두 보호자는 모두 자식을 위한다지만 결국 보호자들은 아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녀들의 문제를 해결해버린다. 가족을 위한다지만 결국은 자신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마음은 아니었을지...
영화는 스릴러에 중점을 두면서도 가족과의 관계, 또 주변 사람들 즉 온오프라인의 인맥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 냉철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치밀한 구성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며, 특히 아버지 역의 존조의 연기는 서양에서 동양인으로서 느끼는 이방인적 분위기까지 표출하며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심도 있게 연출하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 팸과 작별하는 오프닝은 흡사 명작 애니메이션 UP의 오프닝을 떠올리게 한다.
향후 감독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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