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소리소문 없이 내려 아스팔트를 적신 오후, 오랜만에 국립극장을 찾았다. 이 곳은 지리적이나 교통편으로 생각하면 찾아오기 힘들어도 막상 찾아가면 언제나 기분 좋은 공간이다. 마치 산 속의 요새 같다고나 할까. 상쾌한 기분과 함께 잠시 삭막한 도시를 떠나온 안락함마저 받는다. 마당놀이를 노천극장이나 원형무대가 아닌 실내 공연장(해오름극장)에서 하면 흥이 날까? 프로시니엄 무대는 관객과 무대가 철저히 구분되어 있어 마당놀이처럼 관객의 호응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조금 앞섰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서자 배우들이 마당쇠 분장을 하고 로비에 나와 엿을 팔며 마당극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흥겨운 가락과 함께 엿까지 파니 공연 전부터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