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누 리브스와 실로 오랜만의 만남이다.
13년도작 47로닌과 키아누리브스 연출, 주연의 13년작 맨 오브 타이치를 본 후 이대로 마이너로 자리잡는가 싶었다.
그러나 본인의 히트작이었던 존 윅의 후속작 존 윅-리로드로 2017년에 화려하게 귀환하며 다시 한번 헐리우드에서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영화 더 홀 트루스는 2016년도 작품으로 망작들과 화려한 복귀작 사이에 촬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키아누 리브스는 연기자로서 본인의 궤도를 다시 찾아갔다고 생각한다. 지적인 게 본인의 강점 아니었던가. SF를 찍어도, 액션을 찍어도 그는 늘 지적이었다. 이 감독 역시 헐리우드에서 가장 변호사 같은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키아누 리브스를 캐스팅했다는 비화를 전했다.
이 영화에는 또 다른 반가운 배우 르네 젤위거도 등장한다.
르네 젤위거 역시 본인 공전의 히트작 브리짓 존스의 일기 후속작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로 화려한 귀환을 시작했다.
동병상련이련가... 공전의 히트작 후속작으로 다시 돌아온 게 무척이나 닮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적인 스멜을 풍기는 키아누와 달리 르네 젤위거는 중반부까지 꽤 닮은 중년 배우인 줄 알았다. 기억 속에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만 남았었나 보다.
세월의 흔적을 직격탄으로 맞은 듯한 외모는 극 중 삶의 고통을 겪고 있는 중년 여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왠지 분장 같진 않아...)
이제서야 영화 줄거리 들어간다.
스포가 있으니 주의 바람!!
루이지애나 변호사 리처드(키아누 리브스)는 17살 마이크(가브리엘 바쏘)의 변호를 맡는다. 소년은 살인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부운 라시터(제임스 벨루시)이다.
부운 라시터의 변호인단은 부운 라시터가 좋은 아버지였고, 좋은 남편이었으며, 소년이 아버지를 충동적으로 무참히 죽였음을 배심원단에게 어필했다.
17살 마이크는 스스로 범행을 자백한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리처드는 묵묵부답으로 재판에 도움이 되 주지 못하는 마이크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부운 라시터에게 도움을 받았고 부운 가족과 친하게 지내온 리처드는 마이크의 재판을 승소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여러 증인들이 나와 증언을 하지만 리처드의 대사처럼 모든 증인들은 거짓말을 한다. 마이크의 옆 집 소년이 마이크의 부인, 로레타(르네 젤위거)가 폭력을 당했었음을 시사하는 증언을 하게 되며 사건은 부인에 대한 남편의 폭력에 의해 아들 마이크의 충동 범행으로 굳혀져 간다.
여기서부터는 반전 결말을 알려드리므로 강하게 주의바람!
그러다 마이크가 스스로 증인이 되어 증언대에 서고 아버지를 죽인 이유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성추행해왔다고 고백한다. 변호인단은 만장일치로 마이크의 무죄를 선언하며 재판은 종결된다.
그러나 마이크는 범인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와 내연 관계였던 리처드였다. 리처드의 시계를 사건 현장 침대 밑에서 우연히 봤던 것이었다. 결국 진실은 묻어둔 채 승리를 맞이한다.
영화는 여러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첫째. 누구나 비밀이 있다. 증인들은 하나같이 증인석에 나와 위증을 한다. 상대를 이기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함이다. 정의로운 척 해왔던 리처드마저 놀라운 비밀이 있었다.
둘째. 선과 악의 기준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규정짓는다. 스튜어디스의 외도, 옆 집 소년의 관음, 이웃집 남자의 거짓말, 운전기사의 침묵 등은 관객이 보는 시선과는 달리 그들 스스로는 죄책감이 없다. 리처드 역시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가족을 위해서였다는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셋째. 우리는 거짓말에 얼마나 무지한가. 영화속에는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들이 인서트 컷으로 삽입되지만 그 기억이 누구의 기억인가, 사실인가는 불분명해 보인다. 예로 옆 집 소년이 훔쳐 본 부운의 강제적인 로레타와의 성적 장면들은 소년의 기억에서 나온 장면들이다. 소년의 상상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실제로 로레타는 남편이 폭행했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 욕실에서 스스로 자해를 한다. 평소 폭행을 당해왔다면 상처를 굳이 억지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현장성을 위해 당장 필요했다면 본인의 얼굴을 친다거나 직접적인 상처를 입혀 피가 나게 하는 것이 더 쉽다. 또 하나의 예로 스튜어디스는 비밀의 문을 이야기 하며 여성들에게 둘러 쌓인 부운의 모습이 인서트컷으로 삽입된다. 그것은 스튜어디스 본인의 외도 영향과 다른 고객들이 하던 행동들에 대한 유추일 수 있다. 옆 집 남자는 부운을 자신이 말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리처드가 말렸다. 그는 그런 사람과 이웃으로 지내기 싫다고 말한다.
아들에 대한 성폭행은 당연히 없었으며, 아내를 향한 폭력 역시 한 소년의 증언일뿐 실제 폭력의 증거는 상대편 변호인 이야기처럼 증거가 없다.
증인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가정 하에 바라보면 죽은 남편은 꽤나 억울한 누명을 안고 있다. 배심원은 진실과는 다르게 믿고 싶은 것만 본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나레이션으로 우리를 속인 살인자 리처드는 이 재판의 결과를 만들어 낸 남자다. 당연히 그는 애당초 정의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나레이션으로는 정의와 승소 사이에 갈등한다고 관객을 속이고 기만한다.
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마이크는 재판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의 시종일관 무관심한 표정들은 거짓말에 속고 속이는 한심한 드라마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아직도 부운이 나쁜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이 이상한 인지작용은 뭔가?
부운이 살해 당한 피해자가 분명한데도 리처드를 옹호하려는 것은 이미 배심원처럼 영화를 감상한 우리마저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오랜만에 키아누 리브스는 정의가 아닌 이익의 편에 선 모습으로,
큰 연기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이미지만으로 실속을 차렸고,
역시 오랜만에 본 르네 젤위거는 비록 외모를 버렸으나 매력적인 농염한 연기로 혹시를 역시로 만드는 실력을 펼쳤다.
간혹 이렇게 평범한 듯 비범한 작품들이 있다.
못 보신 분들은 스포를 너무 싸질러놔서 미안하지만,
결과를 알고 보는 묘미도 있으니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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