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3일 이른 아침, 1970년 평양 태생 ’김철’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두 명의 여성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숨졌다.
김철은 바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현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2월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김정은은 집권 이후 김정남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를 내렸다.”고 밝혔다. 스탠딩 오더란 명령권자가 어떤 명령을 내리고 난 이후 본인이 직접 명령을 취소한다고 거론하지 않는 이상 효력이 지속되며, 반드시 수행돼야 하는 명령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최고 명령권자인 김 위원장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정권을 물려받은 뒤 형에 대한 암살 지시를 내렸고, 북한 정찰총국 등은 이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는 뜻이다.
말레이 경찰이 공개한 두 여성 용의자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의 흐엉. 그들은 어떤 남성들에게 속아 TV방송용 몰래 카메라인 줄 알고 벌인 일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두 사람은 충격적인 암살을 감행한 범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범행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특히 베트남 국적의 흐엉은 한국대중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을 드나든 적도 여러 번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두 사람은 억울한 피해자일까, 적극적 공모자들일까?
1. 억울한 피해자
가. 본인들도 몰래카메라 같은 건 줄 알고 몇 번의 리허설까지 한 걸 보면 속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 두 여성은 얼굴을 가리거나 변장을 하지 않았다.
다. 또한 흐엉은 똑같은 옷을 입고 공항에 다시 나타나 붙잡힌다. 그들의 진술대로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으로 보인다.
라. 강력한 독성을 지닌 독극물의 정체는 신경작용제인 VX.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해 생화학무기로 분류되는 물질이다. 그 물질을 맨손으로 만지며 행동했다. 과연 알고도 맨손으로 만질 수 있었을까?
2. 적극적 공모자들
가. CCTV 속 두 여성은 마치 훈련된 요원처럼, 3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범행을 끝냈다.
나. 범행 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는 모습은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보인다.
다. 강력한 독성의 독극물인 신경작용제 VX. 과연 이렇게 위험한 물질을 암살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도 몰랐을까? 범행 후 바로 손을 씻으러 간 점도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김정남은 피습 이후 30분 만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약 2시간 내에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새로운 용의자 북한국적의 ‘리정철’을 검거한다.
수사결과, 사건의 배후엔 북한국적의 남성 7명이 더 있었다. 그 중엔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과연 북한 정권이 이 사건의 배후라면 왜 그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 시점에 김정남을 살해했을까?
여러 가지 추정이 대두됐다.
1. 백두혈통의 정통성
- 김정은의 어머니는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김정남에게 백두혈통의 정통성에 대한 열등감이 작용했을 거라는 주장,
2. 김정은의 지위 위협
- 현재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지위를 위협할지 모를 가능성 차단설
3. 망명정부설
- 김정남이 지지 세력을 모아 망명정부를 세우려 했다는 이른 바 망명설
그러나 이것 또한 미스테리인 것은 이미 김정남을 돕던 장성택이나 세력들은 모두 숙청되어 김정남이 평양 내에서 어떤 권력을 지향하면서 세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니 위의 세 추정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니 굳이 김정남을 살해할 이유가 없다. 또 만약 제거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조용하게 인적 드문 곳에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지만 밝혀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사건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 경찰은 용의자들이 ‘북한 국적’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했다. 리정철도 석방되어 북한으로 송환되어 말레이 국가나 경찰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정세
1, 김정남 피살 직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안보회의(NSC)를 두 차례나 열고 이번 테러로 우리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능성까지 발표했다. 2. 정치권에서는 이 사태를 계기로 사드 배치를 조속히 진행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테러위협이 언제 국내를 향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사드를 설치해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북한 정권이 권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을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의 문제를 국내 정세까지 활용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북한 역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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