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목은 hell or high water. 즉, 지옥이거나 거센 파도가 치거나.
흔히 우리가 아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와 비슷할까요.
류승범 주연의 우리나라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같은 느낌입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21세기를 사는 미국 텍사스 주의 카우보이 영화입니다.
지옥이거나, 거센 파도가 치거나.
더 이상 돌아설 곳이 없는 막다른 상황.
지금부터 그 드라마틱한 서부 총잡이들의 대결을 따라가 봅니다.
키워드1. 왜 텍사스일까요?
텍사스는 북미 최남단인 지리적 위치 때문에 여러 인종 간 전쟁이 많이 일어났고
국경지대를 비롯해 텍사스 전역이 사실상 1800년 중후반까지 무법천지였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백인들은 인디언들의 터전을 빼앗고, 아파치와 코만치는 백인들을 약탈하는 끝없는 싸움 끝에
결국 그들이 선택한 건 화해가 아닌 총이었습니다.
누구나 당연히 총이 있는 도시, 텍사스.
텍사스는 총기휴대공개정책으로 훈련과정을 거쳐 사격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권총을 보이는 상태로 차고 다닐 수 있습니다.
서부극으로도 유명한 이 곳 텍사스는 아직도 사막, 레인저, 카우보이모자, 장화 등
마초들의 이미지를 모두 갖고 있는 총잡이들의 도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웨스턴 범죄영화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배경을 제공하고는 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도 아주 큰 주로서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습니다.(캘리포니아에 이어 2위)
그러나 이 곳은 미국 최대 석유생산도시답게 부익부 빈익빈이 큰 도시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과 누구보다 한가하게 사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그 사이를 총이라는 매개체가 자리 잡고 있어
평화로운 모습을 한 위태로운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런 텍사스의 참담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키워드2. 빼앗는 자(약탈자)
토비 하워드(크리스 파인)의 어머니는 몇 주 전 32,000달러의 역주택담보대출금과 11,000달러의 미납세금,
총 43,000달러의 빚을 남긴 채 병으로 죽었습니다. 토비는 하워드 가족 농장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대출금을 갚는 건 고사하고 이혼한 아내에게 양육비마저 밀려 있습니다.
멍청하다는 말을 싫어하는 멍청한 형 태너 하워드(벤 포스터)는 가중폭행 및 사냥 중에 아버지를 사고로 쏴
죽였다는 이유로 39년 인생 중 10년을 감옥에서 썩고 작년에 비로소 출소했습니다.
출소 후에도 어머니는 태너의 도움을 바라지 않았고 자신을 아들 취급도 안하는 어머니 때문에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가족 농장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자식 대접도 못 받았지만 태너는 늘 동생 토비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토비를 위해 그의 꿈인 하워드 가족 농장을 지켜주고자 합니다.
상실해버린 가족의 소중함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태너는 죄 짓고 멀쩡한 놈을 본적이 없다면서도
동생의 부탁을 위해 죽은 도시들만 골라 은행을 터는 토비의 계획에 동참하게 됩니다.
돈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형제는 이제 가난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다른 이들의 재산을 빼앗는 2인조 약탈자가 됩니다.
급전이 필요한 형제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요 내용입니다.
키워드3. 지키는 자(레인저스)
3주 후 은퇴를 앞둔 레인저 마커스 해밀턴(제프 브리지스)과 그의 파트너 윈드 리버(길 버밍햄)는
지방 푼돈털이범에게는 관심도 없는 FBI를 대신해 은행털이 사건을 맡게 됩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온 레인저, 마커스 해밀턴에게 이 사건은 자신의 마지막 업무를 장식할 사건입니다.
그와는 달리 윈드 리버는 그의 마지막을 도와주고자 곁에서 군소리를 들어가면서도 함께 하게 됩니다.
키워드3. 가난의 문제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심각한 빈부격차로 인해 도시 전역의 가난한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30년 만에 은행 강도를 처음 보는 만큼의 시골, 반대로 일확천금을 유혹하는 카지노.
손쉬운 담보대출로 피한방물 안 흘리고 재산을 뺏어가는 은행, 거리 곳곳에 걸린 신속대출, 세일.
세브론 석유회사는 토비의 어머니에게 최소액인 25,000달러만 대출해줬습니다.
어차피 그의 어머니가 못 갚을 거라는 걸 은행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담보 잡힌 농장에서 유전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렇듯 가난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으며, 기회를 위해서 가난과의 대결에서 승리해야만 합니다.
키워드 4. 세대의 문제
도시의 젊은이들이 버린 도시 텍사스. 영화에서는 젊은이를 찾아보기가 좀처럼 힘듭니다.
21세기에 불을 피해 소를 끌고 다니는 부모는 자식이 일을 물려받지 않아 걱정입니다.
44년간 티본스테이크와 감자만 팔아온 음식점(할머니)은 당연히 젊은이들이 안 온 지 꽤 됐을 테죠.
하워드 형제에게 부모란 무엇이었을까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전 부인에게 고백했을 때 전부인은 말합니다.
“구속에서 해방됐겠네? 아니.. 말이 그렇다고.”
형 태너는 아버지를 사고로 쏴 죽이죠. 과연 사고였을까요?
아버지의 잦은 폭행은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어색한 침묵 뒤에 농장을 물려준다는 토비의 말에 아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농장으로 뭘 해?”
아들의 질문에 토비는 농장의 의미보다 돈의 가치를 알려줍니다.
“팔지마, 석유 발견됐어. 앞으론 돈 걱정 안 해도 돼.”
돈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아빠에 대한 얘기(아마도 강도짓) 많이 들었을 거야. 삼촌 이야기도. 우리처럼 되지 마라. 알았니?”
“들은 얘기 하나도 안 믿어”
“아냐 믿어. 내가 한 짓들이야. 넌 다르게 살아”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 위기는 돈만이 해결책으로 보입니다.
돈으로 위기를 덮는 것이죠. 양육비,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
신구세대의 공감 부족 역시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키워드 5. 인종
텍사스는 인종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인디언들이 말술이지.”
“인디언은 카우보이를 딱하게 보면 안 돼. 카우보이가 인디언을 딱하게 봐야지.”
농담처럼 쏟아내는 해밀턴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그의 파트너 윈드 리버(인디언, 반은 멕시코계)는 치매라고 간주해버립니다.
“왜 자꾸 날 따라입어?” 짝퉁 취급하는 해밀턴은 분명한 시대착오적 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족 없이 혼자 살아온 헤밀턴에게는
윈드 리버가 유일한 자신의 가족이자 친구입니다.
은행강도를 보며 “멕시코인도 아니구만 대체 왜 이래?” 하는 대사가 대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 영화에서는 흑인을 볼 수 없습니다.(카지노 장면에 주인공 너머의 엑스트라 1명 빼고)
윈드 리버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토착민 선배님들 인종인 백인이었죠. 그걸 외지인들이 빼앗았고. 150년 전엔 인디언 땅이었죠.
지금 보이는 모든 게, 어제 본 모든 게 우리 조상들 것이었는데...
텍사스 미들랜드 은행의 증조부들이 빼앗았죠. 이제는 손자들이 뺏고 있어요.
군대가 아닌 개자식들 손으로.”
많은 역사가 있었던 텍사스는 오늘날까지도 인종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키워드 6. 코만치
코만치는 모두에게 영원한 적이라는 뜻입니다. ‘평원의 제왕’으로 불립니다.
총잡이들의 도시 텍사스에서는 누구나 평원의 제왕 코만치가 되고 싶어 합니다.
총이 있다면 훌륭한 사냥꾼이고 싶은 이치 아닐까요.
“평원의 제왕, 그게 나야!”
태너는 산 정상에서 인간을 사냥하고 외칩니다.
태너는 카지노에서도 이미 자신을 코만치라고 소개했었죠.
그러나 과연 태너는 사냥꾼이었을까요? 결국 그도 이 사건을 맡은 해밀턴의 사냥감일 뿐이었습니다.
용의자 도주 소식에 인디언 함성을 발사하며 “너흰 이제 죽었다.” 며
기뻐하는 해밀턴과 윈드 리버의 웃음은 사냥꾼의 희열입니다.
해밀턴은 제물인 태너를 잡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해밀턴이 알몸으로 이불만 걸친 채 새벽에 나가는 장면이야말로 평원의 제왕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키워드 7. 자식
이 모든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생 토비의 계획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담보대출로 돈을 빌려줘 농장을 뺏으려던 미들랜드 은행에
석유로 버는 신탁금을 맡기게 되는 묘한 승리감.
이것은 형 태너와는 다른 토비의 사냥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했는지는 내가 알아낼게. 넌 이유가 뭐야? 왜 네 명이나 죽였지?”
태너와 다른 성격의 토비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해밀턴은 궁금합니다.
“난 죽이지 않았어요.”
“아니. 네가 죽였어. 네가 모든 걸 계획했으니까.”
“난 평생 가난하게 살았어요. 부모님들도 그랬고, 조부모님들도 그랬고.
가난은 전염병 같아서 대를 이어 전해지면서 사람을 괴롭히죠.
내가 아는 사람을 전부 감염시키고... 하지만 내 자식들은 안 돼요. 더는 안 돼요.
이 농장은 그 녀석들 거예요....”
토비의 말에 해밀턴도 공감합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지.”
키워드 8. OK목장의 결투
"평생 아무도 안 죽여봤지만 굳이 피를 봐야 한다면 피할 생각은 없어요.
머리통 날아가기 전에 권총 뽑나 봅시다."
둘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서로의 목표 때문에 결국 1:1 대결을 약속합니다.
영화는 약속으로 끝이 나지만 분명히 이후에 두 사람은 결투를 벌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는 다른 한 사람을 영원히 쉬게 해주었을 것입니다.
평원의 제왕은 하나여야 하니까요.
단순한 웨스턴 범죄영화로 생각하고 봤다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영화는 좁은 의미로 텍사스, 넓게는 미국의 현 시대까지 광범위하고 날카롭게 꿰뚫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와 함께 이렇게 뺏어야 하고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워드 형제와 해밀턴 레인저스의 대결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재 미 ★★★☆☆ 웃을 일은 없습니다만...
감 동 ★★☆☆☆ 뒷맛이 녹즙을 마신 듯 하옵니다.
연기력 ★★★★★ 배우들 눈빛이 킬미
작품성 ★★★★☆ 날카롭고 예리하다.
'[리뷰]에스프레소 > [영 화 리 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리뷰] 동양 좀비 영화의 반격! '부산행' VS '아이 엠 어 히어로' 전격 비교 분석 후기! (스포 o) (0) | 2016.12.14 |
---|---|
[영화리뷰] 정신건강증진법 개정하라! 강제입원시킨 영화 날 보러와요 (0) | 2016.12.12 |
[영화리뷰] 우리가 걸어야 하는 이유, 걷기왕 (Queen of Walking, 2016) (0) | 2016.12.07 |
[영화리뷰] 외롭지만 행복한 마이펫의 이중생활(The Secret Life of Pets, 2016) (0) | 2016.12.05 |
[영화리뷰] 적인가, 동지인가.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 2016) (0) | 2016.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