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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정신건강증진법 개정하라! 강제입원시킨 영화 날 보러와요

썅이 2016. 12. 1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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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날 보러와요'는 실화를 근거에 둔 영화라지만 어느 실화에서 얼마나 근거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실화를 근거로 두었음에도 터무니없는 개연성과 TV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도 훨씬 흥미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1. 한동식은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주인공인 나남수 PD는 우연히 조작논란에 휩싸여 방송계에서 입지가 위험해지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1년 후 지인을 통해 사이드코너 고스트로드연출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수첩 하나를 우연히 조연출에게 받아본 나남수 PD는 본인이 맡게 된 공포 프로그램 고스트 로드와 무관하게 왕년의 자신이 사회자로 잘 나갔던 프로그램 추적24를 위해 경찰서장 강병주 타살 사건을 파헤칩니다.

 

촬영을 하러 촬영장소로 갔는데 우연히 1년 전 화재사고의 생존자가 그곳에 있었고, 그를 통해 수첩의 궁금증을 풀어나갑니다. 그토록 큰 화상을 입고도 1년이나 그 상태로 거기 있었던 걸까? 아님 죽을 거 같은 몸을 이끌고 그 날 우연히 거기 갔던 것일까? 게다가 이 남자는 영화후반에 갑자기 병원에서 실종되기까지 합니다. 그 몸을 이끌고 사라진 남자. 무엇이 두려운 걸까요? 무엇을 감추는 걸까요?

 

 

 

2. 반전인가 사기인가.

 

강수아의 모든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본인 말에 의하면 정신병원에 들어간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친어머니였죠. 이렇게 지금껏 강수아의 거짓말이었다고 결론 내버리면 도대체 그 거짓말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였는지가 모호해집니다.

 

자신을 성추행했다던 아버지도 거짓말일까요? 그는 촉망받던 경찰청장감이었습니다.자살했다는 말이 거짓말이듯 자신이 죽였다는 뉘앙스의 말도 거짓말일지 모릅니다.

 

강수아의 모든 말이 거짓말이라면 비밀통로를 알고 있다며 유사성행위를 요구한 옆 칸 남자의 행동도, 장난치다가 불을 낸 정신질환자의 행동도 모두 거짓일 수 있습니다. 불은 과연 누가 냈던 걸까요?

 

한동식이 강수아과 연락해서 만난 당일 병원에 불이 납니다. 사고인지 계획인지 우린 알 길이 없습니다. 그녀는 라이어니까요. 영화는 양치기 소년처럼 지금껏 보여줬던 진실을 한꺼번에 거짓의 늪으로 가라앉혀 버립니다. 그로 인해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가짜인지 애매해지는, 즉 그래서 주는 정보만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그러한 내용이 되어 버렸습니다.

 

보통의 다른 영화들에서는 한사람이 증언하고 또 다른 사람의 증언을 통해 진실을 유추해가며 사실에 접근해갑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황당하게도 강수아의 증언뿐입니다. 게다가 강수아는 자신을 거짓말장이라고 고백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어떠한 사실도 유추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3. 사건의 시점은?

 

본의 아니게 정신병원에 갇히고 온갖 고통 속에서 탈출하게 된 것은 결국 정신병자의 단순한 불장난 때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강병주의 살해도 우연한 것이었던걸까요? 강수아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수첩은 1년 전에 나남수 PD 앞으로 보내진 건데 1년 전 강수아는 수첩을 기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가 사라져 어머니를 찾던 중이고, 찾던 어머니는 한동식의 연락으로 병원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불이 났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대체 왜?) 집에 가 아버지를 죽이고 바로 감옥에 갑니다.

 

즉 한동식의 연락을 받고 어머니 존재를 확인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가는 게 하루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대체 언제 썼을까요? 어머니 존재 확인도 전에 썼던 걸까요? 아니면 감옥에서 간 후에 썼던 걸까요? 감옥에서는 위험한 볼펜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볼펜을 받아써서 보냈다고 해도 1년 전의 추적 24PD였던 나남수는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 존재 확인 전에 썼다는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미리 썼고 한동식을 만나는 날, 또는 그 직전에 나남수 PD에게 보냈습니다.(물론 전화도 했었죠. 근데 PD가 관심 갖질 않았죠) 그렇다면 어머니 존재 확 전에 써서 보냈다는 것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해석해봤습니다.

 

어머니는 약에 취해 항상 먼저 잠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의붓아버지는 강수아의 침실로 들어오고는 했습니다. 강수아와 의붓아버지는 각별했습니다.

 

친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수감시킨 건 강수아와 의붓아버지의 소행이라고 볼 수 있죠.

 

또는 강수아 혼자의 독단적 범행일 수도 있습니다. 의붓아버지 역시 부검결과 약에 중독되어 있었다는 대사가 단서입니다.

 

아무튼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지내다가 한동식한테 어머니를 구하러 오라는 전화가 옵니다. 어머니가 자신의 범행을 외부에 말하는 게 두려워 어머니를 만나러 정신병원으로 가고 때마침 불이 나서 다 죽습니다.(불도 누가 냈는지 모르죠. (오직 강수아의 진술 뿐이라)

 

병원에서 도주한 강수아는 아버지를 쏴죽입니다. 공범을 제거한 셈입니다. 또 다른 관점으로는 아버지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에 자살했을 수도 있습니다어찌됐든 강수아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로 만듭니다. 이미 보냈던, 혹은 감옥에서 쓴 불에 태운 수첩을 받은 나남수는 그 수첩을 증거로 그녀를 무죄로 만듭니다.

 

한동식은 불을 지르고 어머니를 강제 입원시킨 강수아가 본인을 찾아올지 몰라 화상치료 중 도망칩니다. 수첩에 그려진 날개문신 그림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한동식을 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쓸데없는 떡밥은 영화 속에 무수히 많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강수아가 라이어라는 전제 때문이지요. 강수아가 거짓이기에 그녀의 주장 전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그저 강수아의 마지막 고백을 진실로 받아들여야겠죠. 그게 감독의 요구라면 그렇게 이해해야겠죠.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왜 굳이 그 불구덩이 속에서 병원복까지 갈아입고 도망쳐나와야했을까?  

 

장원장의 대사가 기억납니다.

 

여긴(정신병원은) 미친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니예요. 마음을 치료하러 오는 곳입니다.”

 

강수아는 정말 마음이 망가진 여자는 아니었을까요? 어릴 때 죽은 아버지를 자신을 구해주러 온 남자로 상상한 것을 아버지를 좋아하는 여자로 생각하는 건 과장일까요? 그저 새아빠를 원망하기에 그 반대편에 친아빠를 배치한 것일까요?

 

어쨌든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호화로운 저택 앞에서 나PD의 차에서 내린 후 승리의 미소를 짓습니다. 긴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난 안도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무엇을 계획했건 그 계획이 성공적이라는 승리의 미소 같습니다. 반전이라고 말해주는 대사는 되려 더 혼란스럽게만 만들고 맙니다.

 

영화의 엉성한 시나리오는 주인공들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이상하고 기이한 실화라는 근거의 내용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예원은 어느 새 코믹연기가 익숙해져서인지 이런 연기는 낯설기만 하네요.

 

 

영화와는 상관없이 정말 2015년 이 당시만 해도 강제입원제도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상속이나 재산을 노리는 사람들에 의해 힘없는 노약자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은 이 제도에 악용되어 평생을 갇혀 살아야 했습니다.

 

강제입원 조건은 두 명의 보호자가 동의하거나, 보호자 한명, 의사 한명이 24시간 관찰 후 동의할 시에는 강제입원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퇴원도 보호자 동의가 있지 않는 한 할 수 없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2016,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증진법)은 지난 529일 정신보건법을 전부 개정했습니다.

 

정신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는 사태를 막는 등 입원대상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취지입니다. 정신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명의 신청과 정신 전문의 1명의 판단 만으로 입원시킬 수 있는 기간은 2주 밖에 안됩니다. 입원 기간을 2주보다 더 연장하려면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등의 전문의 1명을 포함한 정신과 의료인 2명 이상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신과 의사, 법조계 인사, 사회복지사, 가족, 인권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입원 적합성 심사 위원회가 구성돼 입원의 적절성에 대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법의 실효성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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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는 비록 아쉬운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이 영화가 이런 개정법을 조금이나마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법이 아무리 완벽해도 지키는 사람이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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