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일터로 사라진 후 우리의 애완동물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
이것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고양이를 기른 적 있다.
그 녀석을 홀로 집에 두고 일터로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잠글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록 주인을 따르지 않는 고양이라지만 녀석은 언제나 무심한 듯 창문틀에 앉아 멀어지는 나를 보고 있었다.
일하는 내내 그 모습이 아른거렸다.
설마 하루종일 창문 앞에서 나를 기다릴까? 따뜻한 햇살 아래서 낮잠이나 늘어지게 자겠지?
아마 오늘도 멍하니 사람들 지나치는 모습을 보며 사색에 잠길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만날 퇴근시간을 기다리고는 했다.
지금은 그 녀석을 떠나보낸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에서 지긋이 통증이 올라오고는 한다.
그 이후로 나는 의식적으로 고양이를 피했고, 무의식적으로 길고양이들을 더 아꼈다.
이 영화도 무의식적으로 선택했지만 보는 내내 가족이었던 녀석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기를 의식적으로 바랬다.
영화는 다양한 애완동물의 행동과 습성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주로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는 그 특유의 행동을 너무나 정확히 포착해 인상 깊었다.
녀석이 주로 하던 공놀이나 손짓 등을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애완동물들의 짧은 해프닝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가족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개 맥스는 오직 맹목적으로 주인을 따르는 충성스런 삶을 살아간다.
주인은 그런 맥스의 마음도 모른 채 길거리 개 듀크를 데려온다.
이 때문에 애완견과 유기견의 영역 쟁탈전이 시작되고
인간에게 버려진 유기동물들의 공격과 유기동물보호소 직원의 추격을 함께 헤쳐 나가며
맥스와 듀크는 서로에게 친구 이상의 우정을 갖게 된다.
이 영화에서 맥스를 형 또는 언니로, 듀크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보면 형제간의 우애와 닮아 있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첫째에게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오면 사랑과 관심을 뺏기 위해 다투지만
결국 가족이자 형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맥스에게 이제 듀크는 둘도 없는 가족이다. 듀크 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의 관계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핏줄만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것만을 가족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나를 위로하고 걱정해주는
내 주변의 사람들까지 가족의 의미를 확장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평(아이들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 재미 : ★★★★★ 이렇게 귀엽고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들이 잔뜩 나오는데?!
- 감동 : ★★★★☆ 앙숙의 맥스와 듀크의 우정, 그리고 맥스의 친구들의 의리! 이들이 진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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