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밀크쉐이크

4살 남자 아이 아빠의 육아일기

썅이 2017. 8. 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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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5박 6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며 진정한 육아가 무엇인지, 그리고 아이와 소통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2
그간 육아를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위한 착각일 뿐. 난 좋은 아빠, 멋진 남편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를 엄빠(=엄마 같은 아빠)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나도 퇴근 후나 주말에 육아를 체험(?)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3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내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 역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이와의 소통 방식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4
나의 육아방식에 결함을 발견했다.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아이가 4살이나 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육아 방식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4년 동안이나 육아 고통을 묵묵히 참아온 아내를 재발견했다. 그동안 그 고통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고, 느껴져도 아내의 등 뒤로 숨어버렸던 나를 고발한다.
 
5
이번 휴가는 여느 때와 달랐다.
어느 새 종훈이는 질문이 늘었고, 좋다, 싫다 가 확실했으며, 무엇보다 아빠를 원했다. 엄마만 찾던 종훈이는 이제 엄마와 아빠를 필요로 했다. 내가 아빠이기 전에 종훈이가 나를 아빠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6
휴가 기간에 도서관에 들렀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본 재테크 책들 때문에 책이 읽고 싶어져서였다. 그러나 아내의 부탁으로 대여할 육아 서적을 골랐다. <효과적으로 혼내는 법>과 <혼내지 않고 키우는 법>. 전문가들도 저마다 의견이 달라 한참을 고민했다. 평소 훈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훈육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차이였다.
 
7
모든 답은 책에 있었다.
그토록 괴상하고 해괴망측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행동만 골라하는 것 같던 종훈이의 '일상'이 책 속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모든 문제는 내게 있었다.
그토록 괴상하고 해괴망측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행동만 골라하는 것 같던 종훈이의 '마음'이 책 속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8
모든 것은 관심이 시작이다.
집에 육아백과, 0~3세 육아 등 여러 책이 있었지만 한번도 펴 본 적 없다. 문득 애완동물을 길러도, 꽃을 길러도 관련서적을 찾아보면서 소중한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 책 한 권을 읽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를 위해 빌려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귀차니즘 아내는 빌려온 책을 절대 읽지 않았다. 결국 내가 읽도록 하기 위한 빅픽처였다고 아내를 이해하기로 했다)
 
9
모든 것을 새로 배웠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 아이의 감정, 아이의 상태나, 아이의 기분, 아이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가짐까지. 책에서 가르치는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한 행동이 되도록 연습하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적용되는 진리임을 깨달았다.
 
10
내가 바뀌자 아이가 변했다.
늘 엄마를 떠나지 않던 아이가 내 손을 자꾸 잡고, 내 옆에서 잠이 들었다. 나를 찾고, 나를 보고, 나를 보며 웃는다. 놓쳐버릴 뻔했던 단 한번뿐인 아이의 소중한 시절을 이번 여름휴가에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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