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밀크쉐이크

우리 아기 스스로 잘 하고 있어요

썅이 2017. 8. 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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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어느 엄마와 소녀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려 하자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너 그럼 비 홀딱 맞고 감기 걸려!”
엄마는 크게 혼냈고, 아이는 혼날수록 빗소리를 잊을 만큼 더 크게 울었다.

이런 모습은 유아를 가진 부모 자식 간에 늘상 있는 일이다.
단지 아이는 우산을 혼자 써보고 싶었던 거고, 엄마는 아이가 우산을 쓰지 않으려는 투정으로 생각한 것이다.

부모들은 내 아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만약 같은 상황에서 친구가 우산쓰길 거부했다면 ‘왜?’ 하며 당연히 이유를 물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분명 우산을 쓰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는 우산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물을 필요도 없이 혼부터 냈다.

만약 그 엄마가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봤다면 아이는 분명 말했을 것이다.
"내가 한번 써볼게"

우선 아이의 행동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 전에 행동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순서다.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면 비록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마음에 쌓이지 않는다. 무턱대고 혼내면 혼났다는 생각만 남게 된다.

어리기 때문에, 내 자녀이기 때문에 누려야 할 자유의사표현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가정 폭력이다.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너에겐 우산을 혼자 쓰겠다고 말할 권한이 없어.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넌 우산 혼자 쓰면 안 돼. 왜냐고? 당연히 넌 우산 하나도 똑바로 들지 못할 테니까.”
“장난칠 게 뻔한데 내가 왜?”

권력자의 횡포로 비춰지진 않는지.

아이는 보호의 대상이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헷갈리지 말자. 보호는 상대를 위한 마음이고, 통제는 나를 위한 행위이다.

그런 작은 행동조차 믿음을 갖지 못하는 부모가 과연 아이가 크면 믿게 될까?
아이는 증명 받고 싶어 하는데 부모는 부정하려 하는 것.
이런 부모자식 관계는 조금씩 틀어지는 것이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네가 그럼 그렇지”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네 까짓 게 무슨...”
결국 이렇게 말하는 부모가 되고 말텐가?

비 오는 날 우산 쓰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부모로서 교육이 소홀한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날이다.
비를 맞으면 춥고, 자칫 감기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날이다.

“너는 앞으로 수백 번의 비를 보게 되겠지. 그럼 비를 피하고 우산 쓰는 법을 배워야 해. 처음엔 다 그래. 비도 맞고 감기도 걸리지. 아빠도 가끔 비 맞고 감기 걸릴 때 있어. 그래서 비올 땐 우산 꼭 챙기고 비 맞지 않도록 해야 해. 우리 아들도 그럴 수 있지?”

아이가 비 맞기가 두렵다면 애초 비 오는 날 아이와 집 밖을 나선 게 문제다.

“나중에 크면 저절로 알게 돼.”
라고 말하는 부모가 분명 있겠지.

나중에 크면 저절로 추억이 생길까? 저절로 서로가 소중해질까?
저절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진 않는다. 시간은 많지만 추억은 짧다.
소중한 기억일수록 선명하게 남는다.

전에도 말했듯이 아이들은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은 꼭 하고야 마는 단순한 녀석들이다. 해보고는 재미없거나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으면 언제 하고 싶었냐는 둥 등을 돌리고 만다.

연인과 대화할때 하는 리액션처럼
아이의 행동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왜? 하고 생각을 물어보자.
더 신나서, 더 진지하게 진심을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교감이 이뤄질 수 있다.

또한 해 봐, 라는 말을 자주 하려고 한다.
안된다면 안되는 이유를 말해주고 그래도 하겠다면 조건부 승인을 해준다.
이렇게 아이는 또 선택과 타협, 자기결정권을 배운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말을 경청해야 아이도 부모를 믿고 따른다.

힘들다고 육아를 피할 순 없다.
책 같은걸 통해서 훌륭하게 키우는 노하우를 배우면 육아가 조금더 즐겁지 않을까.

아, 돈 많은 사람들이 제일 부러운 것은.
돈으로 수많은 물건들을 살 수 있어서가 아니라,
돈으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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