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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적인가, 동지인가. 영화 밀정(The Age of Shadows, 2016)

썅이 2016. 12. 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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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역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많이 상영된다.

현실 세계가 답답하다 보니, 영화 소재도 자꾸만 잊혀버린 과거를 떠올리거나,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는 것 같다. 그 시기가 현실보다 밝던 어둡던 간에 말이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시국과도 잘 어울린다.

국민을 위하는 척 국민을 속이고 기만한 행위도 밀정이라 부를 수 있으려나.

 

 

 

 

 

이런 역사 영화들은 감상평을 적기가 애매하다.

단순한 영화로만 보기에는 역사의식으로 인해 다소 불편하고,

그렇게 불편하게만 보자니 영화는 그저 허구를 가득 품은 쇼 비즈니스 상품이라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역사적 배경의 영화를 볼 때면

역사라는 것이 애인과 팝콘을 먹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주입되는 정보가 진실로 왜곡될까봐 두렵다.

 

 

소설책을 덮으며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어 라고 말하듯

영화를 보고 나서 역사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모순을 나 또한 겪게 될까봐 걱정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역사에 대해 절대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이다.

 

 

 

 

실화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영화를 다 보기 전까지 역사를 찾아보지 않았다.

어떠한 의식과 관념에 빠져 역사 검토를 위한 감상이 되지 않길 바랬다.

 

 

역사 상식이 한없이 부족해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쏙 뺀 글이라

어느 영화의 리뷰보다도 소극적인 리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배경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신흥무관학교.

이 학교 졸업생을 중심으로 조직된 의열단의 이야기로

일본경찰이 된 조선인과 의열단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정이란 남을 살피는 사람, 즉 간첩을 의미한다.

영화는 누가 뭐래도 이정출(송강호 분)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는 일본 경부까지 올라간 조선인으로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핍박했던 인물이다.

 

 

당시 시대상으로는 본인 역시 독립운동을 쉽사리 했을지 의문이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본을 상대로 목숨 건 투쟁이 과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렇기 때문에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함이 빛나는 것 아닐까?

나는 고문 준비만 해도 모든 걸 술술 불 것 같다.

죽음 앞에 초연해지려면 이미 사상이나 목숨을 초월한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죽기 전까지 열혈 독립운동가였다가, 모진 고문에 모든 걸 털어 놓는다면

후세는 그 사람을 독립운동가로 받아줄 것인가, 그깟 목숨 따위를 구걸하기 위해 대의를 저버린 변절자로 볼 것인가?

 

 

누가 어떤 선택을 했던 간에 진심으로 가슴 아픈 건

같은 민족끼리 속고 속이는 사이가 되어

누가 애국을 하는지, 누가 매국을 하는지,

누가 속고 있는지, 누가 속이고 있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해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시대상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해 본 사람은 삶에 대한 간절함을 갖게 된다.

문득 영화 아수라에 등장한 검사 김차인이 떠오른다.

정의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가

죽음의 입구에서는 조건 없이 정의를 버리는 그의 이중성.

그것은 살고자 하는 본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성이 아닐까.

 

 

 

 

 

이정출(송강호 분)은 무엇 때문에 일본 경찰이 되었던

김우진(공유 분)은 무엇을 위해 독립운동가가 되었던

개인사 때문이건, 신념때문이건, 역사적 배경 때문이건

두 사람은 같은 핏줄임에도 마주봐야 한다. 대치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역사가 불편해도 마주봐야 하는 대치점이다.

속고 속이는 시대사. 구속의 시대에서 나름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정출은 일본의 경찰로서 정보원들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김우진을 통해 조직의 우두머리인 정채산(이병헌)을 잡아들일 계획을 준비했지만

본의 아니게 김우진의 계략으로 정채산과 술로 하룻밤을 보낸다.

 

 

이정출이 무엇 때문에 일본 경찰이 되었는지 모르듯이

경부까지 단 이정출이 무엇 때문에 김우진을 돕게 되었는지 모른다.

(경부는 지금으로 치면 5급 정도 되는 공무직이다. 5급이면 당시의 일본인도 오르기 힘든 위치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마음 놓고 술 한 잔 같이 할 사람이 없던 이정출에게 김우진과 그들의 조직원들에게 인간의 향기를 느꼈는지,

아니면 본인도 숨길 수 없는 조선인이라는 핏줄로 이어진 동족의식이 뒤늦게 발현된 건지

영화 속에서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 그저 그런 연유 아니겠는가 하고 추측될 뿐이다.

결국 이정출은 밀정이 되어 김우진을 도와 일본의 의열단 검거 계획을 방해한다.

그러나 결국 밀정이 탄로 나게 되고 경찰직에서 퇴출된 이정출은 김우진과의 비밀 약속을 지키며 성공한다.

 

 

 

 

그러나 과연 밀정은 이정출이었을까?

영화는 표면상으로 일본과 의열단 사이의 간첩 활동을 하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진짜 밀정은 김우진(공유)이었다.

처음부터 김우진은 동족임에도 일본의 경찰로 활동하며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핍박하는 이정출에게 분노했다.

김우진은 정채산과 함께 이정출이 어느 쪽으로 붙는지 보자며 시험했고, 김우진은 이정출 내면에 숨겨진 작은 약점 하나를 잡고 늘어졌다.

(영화에서는 그 약점을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그 결과 이정출은 김우진에게 난처한 상황에 계속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일본경찰에 모두 잡혀 법의 심판을 받으면서 이정출은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항변했고

법원에서 끌려 나가며 둘만의 비밀 약속을 간직한 김우진의 옅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이 김우진의 밀정인 줄 모른 이정출은 김우진의 계략에 속아 폭탄을 터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우진은 감옥에서 흐르는 눈물과 함께 한없이 웃을 수 있었다.

 

 

친한 척은 해도 친해질 수 없었던, 죽이고 싶어도 죽이지 못했던 관계는 철저하게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숨긴 채

속여왔던 자신의 밀정이 성공한 것이다두 밀정의 승부는 김우진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다시 밀려오는 공허함은 우리의 역사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속인 김우진도, 속아 넘어간 이정출도, 일제 강점기 역사의 소용돌이 속의 피해자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과 내가 하나의 핏줄을 대고 살아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정출의 행각은 당시로서는 극악무도한 짓이었을 것이다. 그의 행동은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혔음이 분명하다.

그의 마지막 기이한 행동이 이런 영화까지 나오게 된 모티브를 제공했다. 그 행동의 이유는 오늘날까지 알 길이 없다.

 

 

역사적 관점이 아닌 영화로만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인물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려고 부단히 애썼다.

그러다보니 영화 내용보다도, 슬픈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부디 같은 땅에서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바랄 뿐이다.

 

 

 

 

 

- 대중성 : ★★★★☆ 우리나라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어 관심이 높다!

                             애국주의, 역사물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추.

- 작품성 : ★★★★☆ 음향과 소품, 의상들 디테일이 탁월.

                             영화 내용이 사건 중심으로 쏠려 인물들의 고뇌의 충분한 설명이 아쉬움.

- 연기력 : ★★★★★ 송강호를 필두로 믿고 보는 배우들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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