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었다.
3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2시 30분쯤 삼정복지회관에 도착했다. 1층에서는 풍선을 이용한
데커레이션이 한창이었다. 알아본바 아동극 축제와는 상관없는 다음 날 1층에서 있을 경로잔치를 위한 것이었다. 1층 로비에 이젤을 세워 공연을 홍보했고 계단마다 액자에 공연 내용을 끼워놓았다. 2층으로 올라가자 관계자가 테이블에 앉아 관객들을 맞이했고 리플렛을 비치해두고
있었다. 사업 대표자와 인사를 나누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부천다문화네트워크를 통해 다문화가족을 초대했고 그 수에 비해 극장의 객석이 남아 여러 기관의 협조를 통해 저소득층 가정과
다양한 보호시설을 통해서도 초대하게 되었고 일반 객석은 사업 목표에 따라 초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100명가량 예상한다던 사업 대표자의 말과 달리 공연시간이 지난 3시 5분까지 관객은 30명 정도가 앉아 있었고 마이크 체크도 하고 있었다. 좀 늦어진다는 양해의 말과 함께 5분 정도 더 지나도 관객 수의 변화가 없자 서둘러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먼저 다문화네트워크 담당자가 마이크를 통해 짧은 인사를 건넸고 삼정복지회관 담당자가 뒤이어 짧은 연설을 했다. 그리고는 공연이 바로 시작되었다.
본 행사는 이틀(5/6,29)에 걸쳐 각기 다른 두 아동극을 공연하는데 오늘 공연된 아동극은 ‘꼬마 우체부 뭉치’였다. 간략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몸이 편찮은 할아버지를 대신해 뭉치가 멀리 있는 할아버지의 손녀딸에게 선물을 배달했는데 손녀딸은 뭉치에게 할아버지께 보낼 선물을 전해달라고 하고 뭉치는 수락하지만 그 선물이란 바로 손녀딸, 즉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을 만나게 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 아동극이었다. 중간 중간 악기를 연주하고 탭 댄스와 난타, 그리고 조명 효과를 주는 장면들은 어린이들의 눈와 귀를 즐겁게 하는 충분한 효과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나오는 중반부를 뺀 전반부와 후반부는 너무 지루했다. 그 이유로는 극장의 음향장비 문제인지, 배우들의 실력인지 정확하진 않지만(둘 다 문제였을 확률이 높다) 배우의 대사는 잘 들리지 않았을 뿐더러 노래 가사나 말의 속도 등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고 노래나 BGM 등은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었다. 또한 설득하기 어려운 극 속 상황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무엇보다도 다문화가정을 위한다는 타이틀이었다면 그 취지에 맞는 작품설정이나 내용진행, 아니면 대사 위주의 극이 아닌 전체를 아우르는 퍼포먼스극이 더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애드립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니 분명 기존에 만들어 공연하던 작품을 다문화가족 어린이를 위한다는 타이틀을 붙여 공연하지 않았나 싶었다. 또한 무대로 어린 관객이 올라가 배우를 만지고 안은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관계자들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같은 일이 뒤이어 또 일어났다. 배우도 어린 관객도 위험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본다. 또한 이것은 공연장 측 문제지만 어린 친구들은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에 검은 커튼이라도 달아서 관객들이 들락날락 할 때에도 외부의 빛을 차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1시간여 만에 공연이 끝나고 공연을 본 40여 명의 관객들 중 몇몇 관객들은 배우들과 사진을 찍었다. 나오는 길에 공연을 본 아이들에게 재미있었냐고 묻자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재미있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분적이었던 다양한 볼거리를 전체적으로 늘리고 내용을 좀 더 쉽고 간결하게 표현한다면 더 많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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